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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가 이야기/Day & Days

Day & Days 최종화

by 머지볼 202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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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승주

 

“네? 네…”
“지민씨, 땀을 많이 흘려요. 많이 매우면 그만 먹어요.”
“태규씨…저…몸이 이상해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낙지에 독이 들었나?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를 쳐다보았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태규씨, 우리 그만 나가요”
물을 마시고 얼굴에 땀을 닦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워 그의 부축을 받으며 가게를 나왔다.
건물을 나오자 시원한 바람에 조금은 살 것 같다. 
“잠깐만 쉴게요”
가게 옆 건물 입구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벽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속에서 무언가 꿈틀꿈틀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화장실을 찾았다.
“지민씨 괜찮아요?”
“저 토할 것 같아요, 화장실 좀…웁…”
이번엔 낙지들이 탈출을 시도하려나 보다. 미친 듯이 튀어나오려는 몸속의 낙지들을 죽을힘을 다해 입을 틀어막아 겨우 화장실 변기에 그 녀석들을 보내주었다.
으~~머리가 깨질 듯 아파온다.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민씨, 많이 안 좋아 보여요. 병원으로 가요. 근처에 병원 어디에 있어요?”
이씨…말 시키지 마, 구토 나온다고…
“지민씨, 걸을 수 있겠어요? ”
이씨…죽을 것 같다고!!
“지민씨!”
아…자꾸 눈이 감긴다…

눈을 떠보니 길바닥 어딘가에 앉아있다. 으~~너무 춥다. 이 남자 나를 길바닥에 버리고 간 걸까?
몸을 부들 떨며 옆을 보자 그가 보인다.
“지민씨, 미안해요. 좀만 더 가면 될 것 같아요. 좀만 참아요”
100 m 달리기라도 한건가…그의 목소리가 숨에 차 있다. 
이럴 수가…그가 나를 업으려고 한다.
“잠깐만요”
힘껏 그를 뿌리치며 그에게 업히지 않으려고 노력해본다.
“좀만 더 가면 돼요”
“싫어요”
안된다…그에게 업힐 수는 없다. 지금의 이 몸은 절대 안 된다…
그는 나를 다시 업을 준비를 단단히 했나 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그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젠장…무슨 쌀가마니들기 기네스라도 나왔나…
아…갑자기 모든 게 다 서럽다. 서럽고 서럽고 또 너무 춥다….
“걸어가 볼게요”
“걸을 수 있겠어요?”
내가 무겁긴 한가보다…된장…
겨우 겨우 몸을 일으켜본다. 그에게 매달려 한 발짝 한 발짝씩 앞으로 가보려고 하지만 몸에 있는 근육들이 

모두 사라진 건지 도무지 힘이 붙질 않는다.
나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업혀요”
그에게 업히기 싫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너무 싫다. 그렇지만 너무 춥고 아프다.
이대로 여기 있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게 몸에 힘을 주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 업힌다.

병원에 가는 동안 그는 나를 세 번 더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때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아픔과 창피함을 참았다.
우선 살고 보자는 마음뿐이었다.
겨우겨우 병원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가뜩이나 혈관이 좋지 않은 나는 아파서인지 핏줄들이 전부 꽁꽁 숨어버린 탓에 바늘을 네 번을 찔러서 

겨우 주삿바늘을 꼽았다.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데 피가 안 나와서 또 한 번을 더 찔렀다.
만신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피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수액 놔드릴 거예요, 좀 주무세요”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니 눈이 스르르 감긴다.

눈을 떠보니 사방에 커튼이 쳐져 있다. 얼마나 잔 걸까?
커튼을 쳐다봤다. 예쁜 꽃이 여기저기 살랑거리며 하늘하늘 커튼에 매달려 있다.
살 것 같다.
가만히 누워 눈만 깜빡이고 조용히 숨소리를 느끼며 편안함을 느껴본다.
핸드폰을 꺼내 얼굴을 본다. 아…엉망이다

커튼을 젖히고 의사가 들어온다.
“환자분 좀 어떠세요?”
“괜찮아요”
“급성 위장염이에요. 항생제랑 수액 다 맞고 가시면 돼요”
“네…”
의사가 나가는 틈 사이로 그가 보인다.
급하게 얼굴을 이불로 덮어본다.
그가 들어왔다.
나를 업고 오는 동안 힘들었는지 그의 얼굴은 그새 나이 들어 보이고 마른 몸은 더 앙상해진 것 같다.
“좀 괜찮아요?”
“네…”
“미안해요…괜히 낙지볶음 먹자고 해서…”
“아니에요, 제가 미안해요. 매운 거 잘 못 먹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아니에요”
“태규씨, 저 물 좀…”
“아, 네”
그가 물을 떠 왔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힘없는 팔을 들어 물컵을 건네받았다. 팔이 약간 떨림을 느낀다.
물을 마시려고 천천히 물컵을 가까이 입술에 가져가려는데 물컵이 이상하다.
눈에 힘을 주어 물컵을 본다. 무언가 적혀있는 것 같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 글씨가 흐릿해서 읽을 수가 없다.
눈을 비비고는 다시 물컵을 봤다.
물컵을 가까이 대자 다시 글씨가 흐려진다.
“선생님! 선생님!”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왜요, 지민씨?”
“태규씨…저 눈이 안 보여요…”
“네에?”
“환자분,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저 눈이 안 보여요…”
“네?”
“종이컵이 안 보여요…흑흑…”
“종이컵이 어떻게 안 보이시는데요?”
나는 종이컵을 들고 종이컵을 쭉 앞으로 밀었다가 당겼다.
“이렇게 가까이 대면 글씨가 안 보여요”
“아…부작용이 있으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실 테니 좀 계셔보세요”
“흑흑…”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한 나는 울음이 터져버렸다.
“괜찮을 거예요”
그가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첫날 클럽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랑 똑같다.
다행히 종이컵의 글씨는 시간이 지나자 제대로 보였다.
부스코판과 유니시프로사신이란 약의 부작용으로 일시적으로 시력이 안 좋아진 거란다.
수액을 다 맞고 나는 걸어서 병원을 나왔다. 힘이 없어 그의 부축을 받으며 팔짱을 끼고 나왔다... 히히
오늘은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황당하고 힘든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나의 무게와 쌩얼을 보고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다. 크크크
오늘 나의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고태규 너~ 이제부터 진짜 내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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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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