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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가 이야기/Day & Days

Day & Days 1화

by 머지볼 202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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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승주

 

아, 드디어 나에게도 봄이 오나 보다. 
‘외로운 날들이여 모두 다 안녕~ 내 마음속에 눈물들도 이제는 안녕~’
이제 이건 나의 노래가 되는구나. 푸하하하하
창문을 열자 시원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음~~~상쾌해~~~”
무슨 옷을 입을까? 옷장을 뒤져보지만 오늘 데이트에 어울릴만한 옷이 별로 없다.
그나마 화사한 옷을 골라 입고는 화장실로 가서 내 모습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헉… 이 옷이 이렇게 꽉 끼었었나? 젠장…엉덩이까지 살이 붙어 도저히 입을 수가 없겠다…
에잇…어쩔 수 없다. 그냥 최대한 날씬해 보이는 옷을 입자!
아…여름이 오기 전까지 꼭 살을 빼야 한다. 헬스클럽도 등록했으니 진짜 죽어라 다이어트할 거다.
지난번 데이트에서도 느꼈지만 쇼윈도에 비친 나는 뚱뚱하고 그는 말랐다.
나는 왜 살이 쪘으면서 살찐 남자를 그리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머 나는 살을 뺄 거니깐..

오늘은 그가 집 앞으로 오기로 했다.
아직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주변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근처에 갈만한 데는 많은 것 같으니 나가서 

돌아다녀 보면 되겠지?
같이 일할 때 나한테 관심 있는 걸 전혀 티를 안 내던 그였다. 
사실 나도 그에게 살짝 호기심이 있어서 그의 갑작스러운 데이트 신청이 의아하면서도 많이 기분 좋았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첫 데이트라니…한창인 두 남녀가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만남인 것인가…
머 아무려면 어때, 좋으면 그만이지…
나는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데 왜 그와 클럽에 가고 싶었는지 지금도 참 알 수가 없다. 
늘 클럽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에 남자와 같이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나 보다. 
결국은 그래서 첫날 손을 잡게 되지 않았던가? 푸하하
“너무 시끄러운데 나갈까요?” 하며 내 손을 잡고 인파를 뚫고 나가던 그와 나
나는 그 순간 잠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시끄러운 클럽 속에서 여자친구를 찾은 남자주인공이 클럽에 온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억지로 클럽에서 데리고 

나가는 상황...
터프한 남자주인공에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여자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ㅎㅎ
아~~아직도 손에 그 느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내 손을 폭 감싸주던 따뜻하고 도톰한 그의 손.

‘버스에서 내렸어요’ 그의 문자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나간다.
저 앞에 그가 서 있다. 그는 오늘도 학생 같은 모습이다. 늘 캡 모자를 쓰고 얼굴도 동안이고 스타일도 

살짝 힙합 느낌이다.
그런 그의 스타일이 정말 맘에 든다. 
“왔어요? 엄청 멀죠? 오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음…2시간? 얼마 안 걸렸어요”
“헉…에공…엄청 배고프겠어요, 우리 빨리 밥 먹어요, 머 먹을까요?”
“글쎄요, 지민씨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없어요, 멀리서 왔는데 오늘은 태규씨 먹고 싶은 거 먹어요”
“전 다 좋아요, 지민씨가 먹고 싶은 거 먹어요”
“아니에요, 오늘은 태규씨가 골라요”
“…..”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주변을 훑어봤다.
닭갈빗집, 치킨집, 분식집, 샌드위치 집... 대학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들이 대부분이다.
“낙지볶음 좋아해요?”
“안 먹어봤는데 먹어보고 싶어요”
“그럼 낙지볶음 먹을까요?”
“좋아요”
바로 앞 건물 2층에 낚지볶음집이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간 우리는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식당 안은 사람이 많았다.
자리에 앉자 직원이 물병과 컵을 가져왔다. 
“주문하시겠어요?”
우리는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쳐다봤다. 메뉴는 단출했다.
“낙지볶음 2인분 할까요?”
“좋아요”
“낙지볶음 2인분 주세요”
“네, 낙지볶음 2인분이요.”
23년 인생에 처음 먹는 낙지볶음이라니…나는 왜 이렇게 못 먹어본 음식이 많을까?
“우리 밥 먹고 뭐할까요?”
“음…영화 볼까요?”
“좋아요, 살인의 추억 개봉했던데, 그거 볼까요?”
“오~~좋아요”
낙지볶음이 나왔다. 큰 그릇에 밥과 달걀, 김, 콩나물도 담겨 나왔다. 빨갛고 윤기 나는 게 맛있어 보인다.
“밥에 낙지볶음을 넣고 비벼 먹으면 되요. 매울 수 있으니 조금씩 넣어서 비벼 먹어요”
“네, 엄청 맛있어 보여요”
나는 빨간 낙지볶음을 한스푼 떠서 밥에 올리고는 조심스레 싹싹 비비고는 한스푼 얌전히 떠서 먹어보았다.


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낙지가 잘 어울린다. 조금 맵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안 매운 것 같다.
너무 조금 넣었나? 맛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다시 한 스푼을 듬뿍 떠서 밥에 올리고는 쓱쓱 비벼 

또 한입 먹어보았다.
맵다. 근데 맛있게 맵다. 
“와, 이거 맛있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태규씨도 크게 한입 먹는다. 태규씨는 밥 먹는 모습이 복스러워 보기 좋다.
한입, 두입 그와 있는 시간이 좋아서 혀의 감각이 잠시 마비되었던 걸까?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였다.
혀가 얼얼해지기 시작하더니 입안이 점점 더 매워지기 시작한다.
50, 60, 70…입안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몸의 감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인중에 땀이 맺히고 목 주변과 머리카락 사이에서 따끔따끔함이 느껴졌다.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작은 물벌레들이 고통스럽게 구멍을 탈출하는 것이 느껴졌다.
휴지로 인증과 목뒤를 닦았다. 물벌레들의 탈출은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나오고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쓰읍 ~~~” 입속으로 바람도 넣어보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가게 안의 사람들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고 가게 안에 음향감독이 있는지 알 수 없는 효과음 같은 

환상의 울림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소리가 느리게 들리고 공간이 압축되었다 팽창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이 시작되었다.
“지민씨, 괜찮아요?”

 

.

.

.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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