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작가 이야기/바다 그리고 럭키, 해피

바다 그리고 럭키, 해피 - 최종화

by 머지볼 2023. 7. 23.
반응형

글 : 유승주 

 

안녕하세요?”

젤 윗집 여자가 강아지를 잡고 있는 남편에게 말한다.

전화해 봤어요?”

지금 하려고.”

남자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113동인데요. 럭키랑 해피가 집 밖으로 나왔네요. 제가 들여보내도 될까요? , , 알겠습니다. , 아닙니다.”

남자는 웃으며 전화를 끊고는 108동 담장문을 열어 녀석들을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 녀석들 이름이 럭키와 해피구나. 매일 구멍 속으로 삐쭉 내민 코만 봤었는데 이렇게 또 보니 이 녀석들 엄청 잘생기고 또 귀엽기도 한 것 같다. 개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한 마리가 더 있는 것 같던데요.”

, 바다요? 바다는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에고그렇구나.”

아이들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 럭키, 해피.

그런데 언제 이사 오셨어요?”

저희는 작년9월에 왔어요.”

그러셨어요? 9월에 오셨는데 한 번도 못 뵈었네요.”

그러게요.”

젤 윗집 부부가 나를 보고 웃는다. 부부의 웃고 있는 모습이 선해 보이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엄마 옆에 얌전히 서 있는 여자아이를 쳐다봤다.

이름이 뭐야?”

이름을 물어보자 아이가 쑥스러운 듯 엄마 다리 뒤로 가서 몸을 살짝 숨기자 아이 엄마가 나를 보며 웃는다.

소희에요. 4살이에요.”

소희? 이름이 참 예쁘다, ! 그럼 지수랑 친구네~”

아이들이 친구란 말에 웃는다.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엄마들도 아이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대체 어디로 나왔을까요?”

그러니까요.”

우리는 담장 여기저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큰 녀석들이 나올만한 구멍은 잘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한쪽 구석에 작은 틈이 보였다.

여기로 나왔을까요?”

그러기엔 틈이 작아 보이는데요.”

, 저희 집에 cctv 달아져 있는데 한번 볼까요?”

정말요?”

우리는 지수네 집을 쳐다봤다. 정말 집 여기저기에 cctv가 달려있었다. 그래, 여자아이 키우는 집이니 이런 거 살 만도 하지. 우리도 달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럭키와 해피의 탈출 장면은 cctv에도 우리 차 블랙박스에도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날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우정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는데 또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럭키와 해피가 또 탈출한 것이다. 이 녀석들이 우리 타운하우스 뒤에 있는 펜션으로까지 가서 펜션 주인이 화가 잔뜩 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했다. 조금 있다가 경찰차가 출동했고 곧이어 108동 여자도 도착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것 같던 남자도 나왔다. 나중에 물어보니 일본 사람이라고 했다.

 경찰은 108동 여자에게 담장을 수리하라고 했다. 108동 여자는 아이들의 탈출에 속이 많이 상한 표정이었다. 경찰과 펜션주인이 가고 108동 여자가 우리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럭키가 겁이 많아요. 최근에 천둥소리가 날 때마다 땅을 팠나 봐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108동 녀석들의 사정을 듣고 나니 아이들이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매일 일을 나가 산책을 시켜줄 수 없으니 몸집이 큰 아이들과 같이 사느라 이렇게 높이 담까지 쌓고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토끼를 키워보긴 했지만 이렇게 큰 개를 세 마리씩이나나는 이렇게 못 할 것 같다.

 

108동 여자는 집으로 들어갔고 우리들은 길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102동 차가 단지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들은 모두 102동을 쳐다봤다. 차에서 엄마와 아이가 내리더니 우리 쪽으로 걸어올라 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는 또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개의 탈출 때문에 모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102동에서도 개들의 탈출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똘망 똘망해 보이는 큰 눈에 바가지 머리가 귀여운 102동 남자아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이름이 뭐야?”

민성이에요.”

민성이 안녕? 민성이는 몇 살이야?”

“6살이에요.”

민성이는 6살이구나. 여기 누나는 우정이 누나야. 9살이야. 그리고 동생들은 지수랑 소희야. 동생들은 네 살이니깐 민성이가 오빠네.”

민성이는 오빠라는 말을 몹시 기분 좋아했다.

민성이가 누나들을 좋아하는데 우정이 누나 자전거 타는 거 가끔 보면 누나랑 놀고 싶다고 했었어요.”

정말요? 잘 됐네, 우리 이제 날도 따뜻해졌는데 같이 자전거도 타고 킥보드도 타고 하면 되겠다.”

내 말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럭키와 해피의 탈출로 타운하우스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며칠 뒤 108동 여자는 사람을 불러 담장을 수리했고, 우리는 안심하고 밖에서 놀 수 있었다. 녀석들은 이름처럼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동네에 친구가, 언니가, 누나가, 동생이 생긴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외롭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로 언제 어린이집에서 끝나는지, 언제 학교에서 끝나는지 시간을 물어가며 서로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중에서 우리 딸이 일 년 동안 많이 외로웠는지 한참 어린 동생들과 제일 많이 놀고 싶어 했다. 우정이가 학교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벗어던지고는 자전거를 끌고 나가서 길 중앙에 있는 원형 화단을 열심히 돌고 있으면 어린이집을 안가는 집에 있던 소희도 킥보드를 끌고 집 밖으로 나오고 민성이와 지수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밖으로 나와서 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집으로 가서 물도 마시고 간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했다.

 

몇 달 뒤 지수 엄마는 어린이집 버스가 오지 않는 이곳에서 둘째가 태어나면 힘들 것 같다며 이사를 가며 둘째가 여자아이인 나에게 지수가 입던 옷을 한 박스 가득 주고 갔다. 민성이는 우정이 누나처럼 되겠다고 네발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심해졌고, 만남이 줄어들었다. 민성이네도 전세 계약이 끝나 초등학교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아랫집 남자와 일본인 남자도 이사를 갔다.

 

여전히 바다 그리고 럭키와 해피는 잘 지내고 있으며, 새로운 이웃이 생겼고 우리 집과 소희네는 이곳에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끝>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