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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가 이야기/감각장애

감각장애 3화

by 머지볼 202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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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승주

 

너무 열심히 쳐다봤을까? 갑자기 옆 옆 테이블의 여자가 아까 본 단호박죽 옷을 입은 여자로 바뀌고 그 옆의 남자는 나로 변했다. 나는 아까 한 번만 더 보고 싶던 그 따뜻한 단호박죽 색의 옷을 입은 여자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그녀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그녀를 보고 웃는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동 나왔어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 앞을 보다가 옆 옆 테이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나를 살짝 눈에 힘을 주어 쳐다보더니 다시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우동그릇을 들어 우동 국물을 들이켰다. 뜨끈한 국물이 목젖을 타고 들어가 몸속으로 퍼졌다. 소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소주를 입속으로 털어 넣고는 다시 그들을 봤다. 두 사람이 건배하고는 소주를 들이켰다. 여자가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는 순간 다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진짜…

다시 우동을 한 입 먹고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자를 만난다는 건 무언가 조금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됐고, 일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전에 엄마가 아시는 분이 큰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시는데 거기에 나같이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나는 차를 좋아하니깐 주차장에서 일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그러려면 운전면허도 따두면 좋다고 하셨는데, 내려가서 엄마에게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고 말해야겠다.
 나는 팔을 뻗어서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두 번 가볍게 흔들며 주차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길을 안내해주는 포즈를 취해보았다. 내가 차들을 안내해 주다니. 하하 조금 멋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또 옆 옆 테이블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 여자는 왜 자꾸 나를 쳐다보는 거지?
 남자가 뒤를 돌아본다. 이번에는 저 여자가 먼저 쳐다봤는데… 이번에는 남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자 남자가 일어선다. 여자가 남자의 팔을 잡고 입모양으로 ‘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뿌리치고 나에게로 온다. 남자가 내 앞으로 와 선다. 남자의 몸이 커다랗다. 

“이봐, 왜 자꾸 내 여자 쳐다보는데?”
“이번에는 저 여자가 먼저 쳐다봤어요.”
“뭐라고? 저 여자? 이 새끼가!!!”
갑자기 남자가 두꺼비만 한 두 손으로 새로 산 내 남방의 옷깃을 움켜쥔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저 여자가 먼저 쳐다봤다고요.”
“이게 진짜!!!”
퍽!!!
방금 이 남자가 나의 얼굴을 때렸다. 왜 나를 때리는 거지? 
“왜 때려요?”
“아까부터 내 여자 자꾸 쳐다봤잖아. 남의 여자는 왜 쳐다봐?”
“아까는 옷 색깔을 본 거에요.”
남자의 눈이 커지더니 눈썹을 이상하게 찌그러트린다.
“뭐라고?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퍽!!!
주먹이 또 날라 왔다. 진짜 왜 자꾸 때리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어 남자를 똑바로 쳐다봤다.
“저 여자를 쳐다본 게 아니라 단호박죽 색 옷을 입은 여자를 본 거라고요.”
남자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일그러진다.
“이런 미친 새끼!!!”
퍽! 퍽! 퍽!
몇 대나 맞았을까…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내 얼굴에 감각이 없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니! 남자는 계속해서 나를 때리고 나는 그냥 맞고만 있었다.
어느새 가게 밖으로 사람들이 몰려와서 내가 맞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내가 맞을 때마다 사람들이 “아이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여자 친구가 옆에서 계속 하지 말라고 남자를 말리고 포장마차 주인도 그만하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만해, 자기야.”
여자 친구가 거의 울 듯이 남자를 말리자 남자가 그제야 주먹질을 멈췄다. 남자의 손에 피가 묻어 있다. 손으로 내 입 주변을 쓱 닦고 손바닥에 묻은 피를 봤다.
“피다! 하하하.”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손에 묻은 피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어?”
순간 남자의 눈빛이 호랑이처럼 빛났다. 

‘퍼~~~억!’
남자의 온 힘을 다 실은 마지막 한 방이 내 머리에 닿자 내 몸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런데 맞는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학교 운동장 같은 곳에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여자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누구지? 예쁜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다시 보고 싶은 모습이다.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숙이고는 계속 방금 본 여자아이를 다시 생각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남자를 쳐다봤다.
“방금 뭐지?”
남자가 눈이 커졌다.
“이 새끼가 진짜. 뭐긴 뭐야, 이 새끼, 진짜 미친 새끼네. 야 이 병신 새끼야,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아, 재수 없어. 정신병원에나 가.”
“그만 가자고!”
여자가 남자의 팔을 세게 당기자 남자가 그제야 몸을 돌려 포장마차를 빠져나갔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아휴~~총각. 괜찮아요?”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일으켜 세우려 한다. 
“괜찮습니다.”
“아휴, 괜찮기는.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데. 빨리 병원에 가 봐요.”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아휴. 왜 갑자기 그렇게 맞게 된 거예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자를 쳐다봤나 봅니다.”
“이그, 왜 남의 여자는 쳐다봐요.”
“…”
다시 의자에 앉았다. 
“아주머니, 소주 다시 주세요.”
“아니 병원에 가야지. 그 얼굴로 무슨 소주를 마셔요.”
“진짜 괜찮습니다.”
“이걸로 얼굴부터 닦아요.”
아주머니가 물수건과 소주를 가져다주셨다. 물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고 소주를 병째 들고 마셨다. 알싸한 소주가 기도를 타고 몸속으로 들어가 온몸에 퍼진다. 아까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아이는 누굴까?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 그 여자아이의 웃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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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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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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