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유승주
유리창 속 상태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다. 한참 후 시끄러운 통소리가 멈추었다.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통에 있는 유리창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점점 초조해지고 있을 때쯤 간호사가 소리쳤다.
“아이가 눈을 떴습니다.”
“상태야!”
유리창으로 상태가 멀뚱히 눈을 뜨고 있는 게 보인다.
상태는 통 안에서 계속 눈을 감았다 떴다고 하며 한참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휴, 감사합니다.’
간호사들이 상태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옮겼다. 의사가 상태의 눈과 심장 소리 등을 살펴보고는 우리에게 왔다.
“다행히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며칠간 입원해서 치료하며 지켜보도록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드님에게 가보셔도 됩니다.”
“아네, 선생님”
흐르던 눈물을 닦고 심호흡하고 상태에게 갔다.
“상태야, 엄마 왔어.”
“여기 어디예요?”
“여기 병원이야.”
“병원에 왜 왔어?”
“상태가 연탄가스를 마셔서 기절했었어. 기억 안 나?”
“응?”
“미안해. 엄마가 상태 혼자 두고 가는 게 아닌데…”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상태의 얼굴을 한참을 쓰다듬었다.
살아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그때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상태야, 괜찮니?”
상태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
“머리 안 아파?”
또다시 잠시 생각 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남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태의 손을 계속 만지며 나는 연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했다.
병실로 이동하자 그제야 긴장했던 몸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침대 옆에 앉아 한 손은 상태의 손을 잡고 한 손은 상태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병실이 낯선 상태는 계속 멍한 듯 누워있었다. 밤이 되자 병실 불도 꺼지고 모두 잠을 자기 시작한다.
“여기서 둘 다 잘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밤 제가 여기서 잘 테니 당신은 집에 가서 주무세요.”
“아니야, 내가 여기서 잘게.”
“집에서 혼자 자기 무서워서 그래요.”
“내일 낮에 세탁 일은 어쩌고, 내가 여기서 자고 당신이 내일 낮에 병원에 있어.”
“아, 그러네요. 알겠어요. 그럼 오늘 밤엔 당신이 병원에서 자는 걸로 해요.”
“상태야, 엄마 내일 아침에 올게, 내일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게, 뭐 먹고 싶어?”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입을 뗀다.
“요구르트”
“그래, 알았어. 내일 엄마가 사 올게. 푹 자.”
상태는 대답 대신 나를 한번 쳐다본다.
“그럼 내일 아침에 올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
“그래, 걱정하지 마.”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병원을 나왔다. 새벽 시간이지만 병원 앞에 다행히 택시가 한 대 있어 바로 택시에 탔다.
“봉천동으로 가주세요.”
“이 늦은 밤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서 나오세요?”
“아이가 연탄가스를 마셔서 구급차에 실려 왔네요. 이제 괜찮아져서 남편이 병원에서 자고 저는 집으로 가려고요.”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요.”
“네,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많이 놀랐겠네요.”
“네. 많이요.”
저녁에 내리던 눈은 다행히 그치고 까만 새벽 거리를 달리며 집으로 가는 길에 가로등들이 반짝반짝 예쁘게도 빛났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고마워. 상태 살려줘서 고마워 엄마.’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에게도 감사를 드렸다.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 놀라고 긴장한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상태가 태어나고 집에 혼자 자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집이 남편과 상태가 없으니 고요하고 허전한 느낌이다. 아주 가끔 혼자만의 공간, 시간을 꿈꿨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느낌의 혼자는 아니었나 보다. 아침밥을 먹고 남편이 와서 먹을 밥도 차려놓고 서둘러 병원으로 간다. 상태를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싣는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 슈퍼에 들러 요구르트를 사서 병원으로 들어간다. 병원에 들어서니 차분하고 조용한 공기가 어제와는 참 다른 느낌이다.
내 마음도 어제 병원을 들어설 때와는 다르네.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병실로 들어서니 상태는 아직 자고 있고 남편은 벌써 준비를 다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밤새 별일 없었어요?”
“응.”
“어서 가요, 밥 차려 놨으니 식사하시고요.”
“그래, 수고해.”
간의 침대에 걸터앉아 자는 상태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기 모습이 있었네. 그래도 많이 컸다. 귀여운 아기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이제 이 모습도 곧 사라지겠네…
병실 안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다. 잠시 뒤 병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드르 드르륵…턱 병실 불이 켜지고 조용한 병실에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식사 입니다.”
침대에서 하나둘 환자들이 몸을 일으키고 보호자들이 식판을 올려놓을 간의 식탁을 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난다.
“상태야, 일어나. 아침 먹자.”
상태를 조심히 흔들어 깨우자 상태가 겨우 눈을 뜬다. 건너편 침대에서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식탁을 펴고 식판을 받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잘 잤어?”
몸을 일으킨 상태는 주변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묻는다.
“여기 어디야?”
“병원이지, 어제 병원 왔잖아. 기억 안 나?”
“…”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배고프겠다, 얼른 아침 먹자.”
식판을 잠시 쳐다보더니 배가 고팠는지 별말 없이 식사를 맛있게 먹는다.
다 먹은 식판을 복도에 내놓고 와서는 아침에 사 온 요구르트를 꺼냈다.
“상태야, 엄마가 요구르트 사 왔어.”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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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